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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현장을 다니다 보면 주방 천장에 붙어 있던 하얀 원형 장치를 그냥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습니다. "보기 안 좋아서", "이제 인덕션이니까 필요 없겠지"라는 이유가 대부분인데, 이 장치가 소방시설법상 의무설비인 경우가 많다는 걸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오늘은 상담할 때 실제로 안내드리는 기준으로 이 부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주방자동소화장치와 자동확산소화기는 다른 장치입니다

출처:현대소방검사

먼저 짚어드리는 게 두 장치를 구분하는 부분입니다. 주방자동소화장치는 조리기구 바로 위에 설치되어 열을 감지하면 열원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동시에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방식입니다. 인덕션으로 교체하셨다면 전기용 소화장치로 다시 시공해야 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반면 자동확산소화기는 주방이나 보일러실 천장에 설치되어 온도를 감지하면 분말 소화약제를 자동으로 방출하는 장치로, 전원 차단 기능은 없고 설치 위치와 대상 자체가 다릅니다.

현장에서 보면 예전 아파트 주방이나 보일러실에는 자동확산소화기가, 최근 시공된 아파트나 오피스텔 주방에는 주방자동소화장치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장치는 겉모습도 다르고 작동 방식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철거하기 전에 어떤 장치인지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게 첫 단계입니다.

 

설치 의무는 시기와 층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자동확산 소화기

주방자동소화장치는 2004년 이후 준공된 모든 아파트 주방에 설치 의무가 있고, 2012년부터는 30층 이상 오피스텔로, 2023년부터는 모든 오피스텔로 그 대상이 확대됐습니다. 인덕션을 설치한 경우라면 층수와 관계없이 전기용 소화장치로 시공해야 한다는 점도 상담 때마다 꼭 안내드립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11층 이상 공동주택 주방에는 설치가 의무이고, 방화구획이 되어 있지 않은 보일러실도 설치 대상에 포함됩니다. 주방 면적이 10제곱미터를 넘으면 두 개 이상 설치해야 하는 조건도 있습니다.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6층 이상 빌라나 11층 이상 다세대주택이라면 적용될 수 있어서, 저는 층수와 건물 용도를 먼저 확인한 뒤에 설치 대상 여부를 판단합니다. 반대로 단독주택이나 5층 이하 빌라는 대체로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건물이 공동주택으로 분류되거나 구조상 기준에 해당한다면 예외적으로 설치 의무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서 이 부분은 매번 개별적으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미설치 시 과태료보다 초기 진압 실패가 더 큰 문제입니다

 

설치 대상인데도 소화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고장 난 상태로 방치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미설치는 최대 300만 원, 고장 방치는 최대 200만 원까지 부과될 수 있는데, 저는 상담드릴 때 이 금액보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 초기 진압이 안 될 수 있다는 점을 더 강조합니다. 이런 장치들은 평소엔 존재감이 없다가 화재 초기 몇 분 사이에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설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사 전에 기존 장치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하고, 철거가 필요하다면 재설치 여부를 고객님과 미리 상의합니다. 설치 대상으로 확인되면 KS 인증 제품으로 정확한 위치에 재시공하고, 시공 후 사진을 남겨 나중에 소방 점검 시에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드립니다. 인테리어는 마감 디자인만큼이나 그 공간에 사는 분들의 안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 상담드렸던 아파트도 이전 리모델링 때 인덕션으로 바꾸면서 기존 소화장치를 그냥 철거해버린 상태였습니다. 고객님은 "가스레인지가 아니니까 필요 없는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는데, 확인해보니 준공 연도상 설치 의무 대상이었고 인덕션으로 바꾼 시점도 전기용 소화장치 의무화 이후라 재설치가 필요한 경우였습니다. 이런 경우 소방 점검 시점에 뒤늦게 지적받아 급하게 재시공하시는 것보다, 인테리어 공사 단계에서 미리 확인하고 함께 진행하시는 게 비용이나 일정 면에서 훨씬 수월합니다.

또 하나 안내드리는 부분은 설치 위치입니다. 조리기구 바로 위나 천장 중앙에서 벗어난 자리에 설치되면 열 감지가 늦어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저희는 조리기구 배치를 먼저 확인한 뒤 그에 맞춰 소화장치 위치를 잡는 순서로 작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