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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설계 상담을 하다 보면 ㄱ자 형태로 하부장을 짤 때 코너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구조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자리라 대부분 그냥 막아두거나, 불편한 회전 선반을 넣는 정도로 마무리되는 공간인데, 저희는 이 코너를 그냥 버리지 않고 실제 수납으로 살리는 방식을 여러 현장에서 적용해왔습니다.
코너 공간이 애매하게 버려지는 이유부터 확인합니다

ㄱ자 하부장은 두 면이 만나는 구조라서 안쪽 깊숙한 코너까지 손이 닿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여닫이 도어로는 그 안쪽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서, 대부분 회전 선반을 넣거나 아예 막아버리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그런데 회전 선반은 무게가 실리면 회전이 뻑뻑해지고, 안쪽 물건을 꺼낼 때 앞쪽 물건까지 함께 돌아가야 해서 실제로는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이 코너를 주방 쪽이 아니라 거실 쪽에서 접근하는 방향으로 바꿔서 제안합니다. 주방 하부장이지만 구조상 거실 벽면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벽 반대편에 도어를 만들어주면 주방 동선을 건드리지 않고도 코너 공간을 온전히 살릴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처음 제안드리면 대부분 "그게 가능하냐"고 되물으십니다. 주방 하부장 코너와 거실 벽 사이에 빈 공간이 있다는 걸 평소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시기 때문인데, 도면을 함께 보면서 설명드리면 대부분 이 자리가 그동안 완전히 사장돼 있던 공간이었다는 걸 그제야 확인하십니다. 특히 최근 신축 아파트일수록 주방과 거실 사이 벽 두께가 일정하게 확보되는 편이라, 이런 구조로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실제 시공에서는 이렇게 마감해서 티가 안 나게 처리합니다

이렇게 시공한 두 현장 모두 외부 마감을 거실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패널로 처리해서, 겉에서 보면 수납공간이 있다는 걸 전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문을 열어야만 안쪽에 선반과 콘센트까지 갖춰진 실용적인 공간이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콘센트를 함께 넣어두면 자주 안 쓰는 전자기기를 충전한 채로 보관할 수도 있어서, 단순한 수납 이상의 활용도가 나옵니다.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주방용품뿐 아니라 거실에서 쓰는 물건까지 함께 정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주 안 쓰는 주방용품은 물론이고, 가끔 쓰는 전자기기, 박스, 아이들 장난감처럼 애매하게 자리 잡을 곳 없던 물건들을 정리하기에 특히 좋은 위치입니다.
도어 크기나 선반 배치도 현장마다 다르게 설계합니다. 코너 깊이가 얼마나 나오는지에 따라 선반을 한 단으로 할지 두 단으로 나눌지가 달라지고, 콘센트 위치도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쓰실지 미리 여쭤보고 배치를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청소기 충전용으로 쓰신다면 바닥 쪽에, 작은 가전 보관용이라면 선반 중간 높이에 배치하는 식입니다.
살림하는 사람 입장에서 체감되는 차이가 큽니다
저는 상담드릴 때 이런 디테일이 실제로 집을 쓰는 사람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고 말씀드립니다. 매일 물건을 꺼냈다 넣기를 반복하는 공간일수록 자잘한 물건이 쌓이기 마련인데, 수납이 여유롭지 않은 집일수록 이런 숨겨진 코너 하나가 큰 도움이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라서 설계 단계에서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나중에 추가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서, 저는 ㄱ자 주방을 설계할 때마다 코너가 거실 벽과 맞닿아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하는 편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런 디테일들이, 결국 오래 살수록 체감되는 완성도의 차이를 만듭니다.
실제로 이 구조로 시공했던 고객님 한 분은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으셨는데, 완공 후 몇 달 지나서 연락 주셔서 "이 공간 덕분에 거실이 훨씬 덜 어수선해졌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거실에 애매하게 쌓여 있던 물건들을 이 코너 수납으로 옮기고 나니, 별도로 큰 가구를 들이지 않고도 정리가 됐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저는 이런 후기를 들을 때마다, 인테리어에서 눈에 보이는 마감 못지않게 이런 구조적인 수납 설계가 실거주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코너 공간이 있는 주방을 설계하실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회전 선반이나 막힌 공간으로 단정 짓지 마시고 거실 방향 활용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