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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나 현관 시공 상담을 하다 보면 "문이 자꾸 닫혀서 불편하니 고정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습니다. 이사 짐을 옮기거나 환기를 시킬 때 현관문을 열어두려고 말발굽, 이른바 도어스토퍼를 다는 건데, 아파트나 공동주택이라면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파트 현관문이 방화문이라는 사실부터 알아야 합니다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공동주택의 현관문은 복도나 계단실과 맞닿아 있어서 건축법과 소방시설법에 따라 방화문으로 설치됩니다. 방화문은 평소엔 닫혀 있거나, 열어두더라도 자동으로 다시 닫히는 구조여야 제 기능을 하는데, 말발굽으로 문을 고정해 열어두면 이 방화문의 핵심 기능인 연기와 불길 차단이 그대로 무력화됩니다.
저는 현장에서 상담드릴 때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합니다.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적발되면 1차 100만 원, 2차 200만 원, 3차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단순히 과태료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화재에서 방화문 개방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2023년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세 분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발화 세대의 현관문이 말발굽으로 열려 있던 상태였고, 그 틈으로 산소가 유입되며 불길이 커졌을 뿐 아니라 연기가 복도로 퍼져나가는 통로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현관문이 닫혀 있었다면 연기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사고가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방화문 훼손·변경 신고가 5,600건을 넘었는데, 대부분 세대 현관문이나 상가 방화문에 도어스토퍼를 달거나 고임목을 끼워둔 경우였습니다. 소방당국도 개인 세대 내부는 단속 권한이 없어 강제 철거가 어려운 실정이라, 결국 입주민 스스로 위험성을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편의성과 안전을 동시에 챙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도어스토퍼라는 도구 자체가 불법인 건 아닙니다. 문제는 방화문을 상시 고정해 개방 상태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최근 인테리어 목적으로 유행하는 무타공·자석형 도어스토퍼도 문을 계속 고정하는 기능이 있다면 동일하게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은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저는 상담 시 방화문에는 자동으로 닫히는 도어클로저 설치를 권해드립니다. 닫히는 속도나 세기는 조정할 수 있어 편의성도 어느 정도 확보되고, 무엇보다 "고정" 기능만 없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사나 청소처럼 잠깐 문을 열어둬야 할 때는 임시 고임목을 그때만 사용하고 바로 제거하는 방식을 권해드리는데, 이렇게만 해도 편의성과 안전, 두 가지를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시공하다 보면 이미 붙어 있는 말발굽을 떼는 것만으로도 놀라시는 고객분들이 많습니다. "그냥 편하려고 달아둔 건데 이게 그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실제로 방화문 자체의 구조나 성능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 작은 고정장치 하나 때문에 화재 시 대응 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시는 김에 현관문 상태를 점검하실 계획이라면, 도어클로저 작동 여부와 함께 혹시 모를 고정형 스토퍼가 붙어 있지 않은지도 꼭 함께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